반등 기대 무너지자 한꺼번에 던졌다…패닉셀링에 증시 이틀째 폭락

국내 증시가 이틀 연속 급락했다. 코스피와 코스닥은 장중 8% 넘게 떨어지며 사상 처음으로 이틀 연속 양 시장에서 서킷브레이커가 동반 발동됐다. 장 후반 낙폭을 일부 만회했지만 코스피는 6% 가까이 밀렸고 코스닥도 6% 넘게 하락했다.
코스피·코스닥 동반 서킷브레이커
29일 코스피는 어제보다 360.42포인트(5.98%) 내린 5663.24에 거래를 마쳤다. 장 초반 6000선을 지키는가 싶더니 몇시간을 버티지 못하고 빠르게 낙폭을 키웠다. 장중 한때 5262.77까지 밀렸다가 오후 들어 일부 회복했다.
개인은 1조9767억원을 순매도했다. 외국인은 장 초반 순매수를 보였으나 이내 매물을 내놓으면서 1조2157억원 매도 우위를 기록했다. 기관은 3조1489억원을 순매수하며 매물을 받아냈다.
코스닥지수도 어제보다 43.17포인트(6.12%) 하락한 662.68에 마감했다. 장중 최고치는 719.39였지만 투매가 확산하면서 630.99까지 떨어졌다.
양 시장의 낙폭이 장중 8%를 넘으면서 서킷브레이커가 잇따라 발동됐다. 한국거래소는 이날 낮 12시19분12초 코스닥 시장의 매매거래를 중단했다. 약 13분 뒤인 낮 12시32분32초에는 유가증권시장에서도 서킷브레이커가 작동했다.
서킷브레이커는 코스피나 코스닥지수가 전일 종가보다 8% 이상 하락한 상태가 1분간 지속될 때 발동된다. 이후 20분 동안 매매거래가 중단되고 거래 재개 뒤 10분간 단일가 매매가 진행된다.
유가증권시장 서킷브레이커 발동은 역대 15번째이자 올해 아홉 번째다. 코스닥 시장에서는 역대 14번째이자 올해 네 번째로 발동됐다.
두 시장에서는 어제도 서킷브레이커가 작동했다. 어제 코스피는 장중 11% 넘게 떨어졌고 코스닥도 8%대 낙폭을 기록했다. 국내 주식시장을 대표하는 두 시장에서 이틀 연속 서킷브레이커가 동반 발동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저가매수 기대 무너지자 패닉 셀링”
이날 급락의 배경으로는 SK하이닉스의 2분기 실적이 시장 기대를 밑돈 점과 주주환원 기대 약화가 꼽힌다. 글로벌 반도체 업황을 둘러싼 불확실성과 미·이란 협상 불안도 투자심리를 짓눌렀다.
이날 SK하이닉스는 어제보다 9.61% 급락한 140만1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에는 124만6000원까지 빠지기도 했다. 삼성전자도 5.23% 내린 20만8500원에 마감했다. 장중에는 18만9200원까지 떨어졌다가 낙폭을 줄였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대외 악재만으로 이날 낙폭을 설명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 나스닥 선물이 0.7%대 내리고 일본 닛케이지수가 2%대 하락한 것과 비교하면 국내 증시의 낙폭이 지나치게 컸기 때문이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전날 10% 급락한 이후 반등에 나설 것이라는 기대가 후퇴하면서 대다수 주식 보유자들이 손실을 확정 짓고 패닉 셀링에 나선 점이 오늘 폭락의 본질”이라고 분석했다.
전날 폭락에도 저가 매수세가 충분히 유입되지 않자 투자자들이 추가 하락을 우려해 보유 주식을 한꺼번에 던졌다는 설명이다. 단일종목 인버스 상품의 거래가 급증한 점도 변동성을 추가로 키운 요인으로 지목됐다.
한 연구원은 “지금 주가지수대가 바닥이 아닐 것이라는 의심이 시장에 만연해 있다”며 “장중 투매 물량이 멈추는지와 미국 하이퍼스케일러 기업들의 실적이 수익성 우려를 잠재우는지가 반등의 주요 변수가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금융당국 “변동성 확대 책임 통감”
증시 폭락이 이틀째 이어지자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이 변동성을 얼마나 키웠는지를 둘러싼 책임론도 확산했다. 이날 국회 정무위원회에서는 상품 도입과 심사 과정의 적절성을 따지는 질의가 집중됐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단일 종목 레버리지 상품이 리밸런싱 과정에서 시장 변동성을 확대하는 요인이라고 인정했다. 다만 주가 하락은 외국인 수급과 글로벌 업황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선을 그었다.
단일 종목 레버리지 상품이 증시 변동성을 키웠다는 지적이 이어지자 금융당국 수장들은 상품 도입과 관리 과정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며 사과했다. 이 위원장은 “금융시장의 최종 책임자로서 국민 신뢰에 제대로 부응하지 못한 부분에 대해 송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도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의 증권신고서를 수리할 당시 시장 변동성이 이미 확대되고 있었다는 점을 언급하며 책임을 인정했다. 이 원장은 “증권신고서를 수리하는 시점에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었는데 그 부분에 대해 일정 부분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며 “시장 변동성을 최대한 줄이고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노력하겠다. 송구하다”고 언급했다.